【대전=뉴시스】
“부디 제 아내를 돌려주세요”
결혼을 했지만 신부와 단 하루조차 편안한 마음으로 함께할 수 없었던 어느 노총각의 하염없는 사부곡(思婦曲)이 바다 건너 중국땅을 향해 울려퍼지고 있다.
기막힌 사연의 주인공은 충남 천안에 사는 곽모씨(38).
혼기를 놓친 곽씨가 조선족 고모씨(29)를 만난 것은 지난해 봄이었다.
곽씨와 고씨는 ‘사랑에는 국경도 없다’는 말처럼 첫눈에 잴 것 없다 싶어 혼인을 약속했고 이들은 지난해 5월 21일 중국 흑룡강성 자무쓰시에서 백년가약을 맺었다.
국제법상 아직은 미완의 부부, 하지만 곽씨는 아내 고씨를 중국에 남겨둔 채 한국에서 혼인신고 절차를 밟았다.
신접살림 차릴 소박한 꿈에 곽씨는 말 그대로 1년을 일각여삼추(一刻如三秋)로 살았고 같은 시간 고씨는 예정된 수순대로 혼인신고에 필요한 여권을 발급받기 위해 중국 공안을 왕래했다.
그러나 이들 부부의 소박한 꿈에는 예상치 못한 복병이 기다리고 있었다.
고씨는 중국정부로부터 불법조직으로 낙인찍혀 갖은 압박을 당하는 파룬궁(法輪功) 수련생.
모든 채비를 마친 곽씨에게 “잠시만 기다려 달라”는 고씨의 다급한 전화가 걸려 온 것은 결혼 1주년인 지난 5월이었고 곽씨와 고씨의 짧았던 인연은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파룬궁에 발을 들였다는 이유로 체포된 고씨가 재판에 회부돼 노동교양 3년형을 선고받은 것이다.
친정집에서 거액을 들여 손을 쓴 덕에 1년형으로 감형되기는 했지만 전후 사정을 모르는 곽씨에게 청천벽력같은 생이별임에 틀림없었다.
고씨가 당하는 고초를 곽씨는 알지 못하지만 꽃도 피지 못한 채 반쪽을 잃은 아픔은 모진 옥살이에 못지 않다.
곽씨는 “저와 결혼한 이상 한국사람과 다름없습니다. 하루 빨리 제 아내를 돌려줬으면 하는 바람 뿐 입니다”라며 눈물을 지었다.
류철호기자 chryu@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