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TD] 중국 불법 장기 적출, 파룬궁, 그리고 노벨평화상. 사람들에게 알려진 미국인 탐사보도 저널리스트 에단 구트만(Ethan Gutmann)의 지난 15년은 이상의 세 단어로 수렴된다. 그는 중국에서 일어나는 불법 장기 적출 문제를 꾸준히 추적, 폭로하며 2010년에 이어 2017년 두 번째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랐다. 그가 이토록 긴 시간 동안 파룬궁 문제를 놓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가 선택한 그 긴 여정의 시작, 그곳에는 선량한 사람들이 죽음을 무릅쓰며 보여준 용기가 있었다.
중국에서 생생히 목격한 파룬궁 탄압
중국에서 파룬궁이 탄압받기 시작하던 1990년대 말, 사업차 중국에 머물던 구트만은 그 과정을 생생히 지켜봤다. 90년대 초 전파된 중국의 심신수련법 파룬궁은 돈이 들지 않고 수련 효과가 좋아 급격히 수련생이 늘었다. 급격한 성장세에 놀란 중국 공산당은 1999년부터 파룬궁을 탄압하기 시작했다.
그는 “내가 거주하던 베이징 고급 아파트 단지 주차장에서 ‘파룬궁은 불법이다. 연마하지 말라’라는 방송을 들었다. 살벌한 분위기에 방송을 듣고 무서워서 우는 사람도 있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해 7월 20일, 그는 베이징 푸유제를 지나다 공안이 파룬궁 수련자들을 버스에 던지듯 강제로 태워 어디론가 가는 것을 목격했다.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직감했다.

이후 1999년 10월, 파룬궁 수련자들은 베이징에서 파룬궁 박해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석자들은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며 회견장에 나타났다. 그들 중 한 사람이었던 딩옌(丁延)은 자신이 받은 고문을 직접 시범 보였고 그녀는 3년 후 감옥에서 익사했다. 그는 “허베이성 출신인 그녀는 기자회견 당시 26세로 똑똑하고 활동적인 사람이었다. 이후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슬펐다”라고 전했다.
회견장에는 그의 동료 기자 두 명도 참석했다. 그들 중 한 명의 기사를 실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인터넷판은 몇 달씩 중국에서 접속 차단됐다. 이후 수년 동안 중국에서는 파룬궁을 비난하는 뉴스와 프로그램, 신문보도가 쏟아졌고 많은 사람이 실종됐다.
마음을 울린 파룬궁 수련생의 용기
2001년 다섯 사람이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분신자살을 기도했다. 사건 발생 몇 시간 후 중국 관영언론은 그들을 파룬궁 수련생이라고 주장했다. 관영방송은 일제히 파룬궁의 반대편으로 돌아섰고 동시에 수련생에 대한 체포, 고문과 폭행 사건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02년 중국 지린성 창춘시 TV에는 ‘날조된 천안문 분신자살 사건’ ‘파룬궁 홍전(洪傳) 세계’ 등으로 구성된 방영물이 약 40분~50분 동안 방송됐다. 내용은 CCTV가 반복적으로 방송한 천안문 분신자살 사건이 사실은 중공이 조작한 것이고, 그 진실은 이미 국제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Human Rights Watch)’가 밝혔다는 것이었다.

이는 파룬궁 수련생들이 당국의 사건 은폐와 왜곡 보도에 대해 항거하며 TV 전파를 잡아 방송국 편성에 파룬궁 진상 내용을 끼워 넣은 것이었다. 이 사건으로 창춘 지역의 수많은 시청자가 공산당의 거짓말과 파룬궁의 진상을 알게 됐으나, 이후 사건에 연루된 다수의 파룬궁 수련자들이 체포돼 고문을 받다가 사망했다.
그는 “이 사건의 진정한 본질은 사람, 비범한 용기에 관한 것이었고 내가 이 문제에 대해 독자적으로 조사할 마음을 먹게 된 동기”라고 소개했다.
진실을 마주한 후 시작된 끈질긴 추적
그는 2001년 미국으로 돌아왔다. 중국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2004년 중국 투자의 허상을 조명한 ‘잃어버린 신중국’이란 책을 출판한 그는 책의 한 장을 파룬궁에 대한 내용으로 채웠다. 어느 날 이 책을 본 한 파룬궁 수련자가 그에게 ‘파룬궁에 관한 책을 쓸 수 없느냐’라고 요청했다.
중공의 탄압으로 중국에서 더는 파룬궁을 수련하는 이가 없다고 생각했던 그로서는 놀라운 제안이었다. 그는 2005년부터 미국으로 건너온 파룬궁 수련자를 만나며 중국에서 일어나는 파룬궁 탄압을 본격적으로 조사했다. 그 과정에서 같은 문제를 추적하던 캐나다 인권 변호사 데이비드 메이터스(David-Matas)와 전 캐나다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무장관 데이비드 킬고어(David Kilgour)와도 인연이 닿았다.

세 사람은 조사 결과를 52가지 증거를 토대로 한 독립 조사보고서를 2006년 ‘피의 수확(Bloody Harvest) : 중국 내 파룬궁 수련자 장기 적출 의혹 조사 보고서’라는 이름으로 발표했고 2009년에는 책으로 정식 출간했다. 이들의 보고서는 중국공산당의 파룬궁 수련생 생체장기적출을 폭로한 첫 보고서로서 18개국 언어로 번역돼 파룬궁 강제 장기 적출 문제를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세 사람은 그 공로로 2010년 노벨 평화상 후보에 올랐다. 또 이들의 조사내용을 바탕으로 제작된 다큐멘터리 영화 ‘휴먼 하비스트(Human Harvest)’는 2014년 방송계의 퓰리처상으로 불리는 피바디상을 비롯해 다양한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독자적으로 조사를 진행하던 구트만은 2014년 책 ‘대학살(The Slaughter)’을 출간했다. 그는 이 책에서 6년간 중국인 이민자, 의사, 변호사를 100명 넘게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중국서 불법적인 장기 적출이 벌어지고 있는 사실을 밝혀냈고 2017년 또 한 번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랐다.
지난 2016년 6월 출간된 ‘피의 수확/대학살: 업데이트’(Bloody Harvest/The Slaughter: An Update)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2000년 이후 약 150~250만 명이 강제 장기 적출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고 중국의 불법 장기 이식 산업의 최대 고객으로 한국인이 지목됐다.
한 편의 보고서가 부른 변화의 나비효과
‘피의 수확’ 보고서는 국제사회가 중국에서 이뤄지는 불법 장기 적출 문제에 관심을 두도록 하는데 씨앗 같은 역할을 했다. 뉴욕타임스, CNN, 영국 더 타임스 등 유력 언론은 이 보고서가 중국 이식 학회의 의료 개혁안과 보고를 지지하던 국제 의학계 관계자들에게 충격을 주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보고서의 여파는 다양한 형태로 퍼져나갔다.
당시 비슷한 문제를 추적 중이던 이스라엘의 심장외과 전문의이자 이식학회 학회장이던 제이콥 랍비 박사는 이들의 보고서를 참조한 논평을 연이어 발표하며 이스라엘에 새로운 장기 이식법을 통과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또 보고서 발표 1년 후인 2007년 중국 강제장기적출을 반대하는 미국 의사들이 주축이 된 국제 NGO 단체인 다포(DAFOH)가 설립돼 학술 발표, 기고문 게재와 서명 운동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장기 이식 윤리 확립에 대한 국제사회의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에단 구트만과 데이비드 메이터스, 데이비드 킬고어 세 사람은 미연방 의회, 영국 의회 등의 공청회에 참석해 중국 파룬궁 수련자를 상대로 한 장기 적출 문제의 심각성을 지속해서 제기했다. 그 결과, 2016년 6월 미 하원은 중국 당국이 국가 차원에서 자행하는 파룬궁 수련자에 대한 강제 장기 적출을 비난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유럽 의회에서도 2013년 중국 양심수의 강제 장기 적출을 비난하는 결의안이 통과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