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한국인의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지고 있다. 일부 외신이 “한국=뇌물공 화국”으로 낙인찍을 만큼 연일 터져 나오는 정치인들의 불법자금 수수, 경기 침체와 높은 실업률, 총선, 중국.일본 등과의 고구려 역사 및 독도 공방 등 갖가지 불확실성 으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국민들의 스트레스 지수가 높다.
이같은 집단스트레스는 사회적.심리적 불안감에서 영향을 받게 되는데 현대의 불확실 성이 그 근원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현재 우리 사회는 정체모를 불길함으로 가득 하다. 한해 중 ‘복(福)’과 ‘길(吉)’이 가장 많이 입에 오르내릴 때이지만 불길함이 우 리를 짓누르고 있다.
집단스트레스 근원 ‘불확실성’우리 고유의 역사인 고구려사를 가로채려는 중국 의 ‘동북공정(東北工程)’ 음모와 독도에 대한 일본의 ‘습관성 망언’이 불길함의 진원 지 중 하나다. 중.일의 역사 및 영토왜곡은 급기야 한.일, 한.중, 중.일 3국 상호간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전쟁으로 비화, 서로간 ‘자존심 지키기’가 가열차게 벌어지고 있 다. 틈날 때마다 독도를 자기네 영토라고 우기는 일본이나 중국의 본격적인 ‘역사 어 깃장’에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국의 속셈은 무엇일까. ‘지방정부 차원의 학술적 연구정리’라는 중국 정부의 설득력 없는 변명은 차치하고라도 근래 한국.일본 등 이웃국가에 대한 중국정부와 국민들의 대응과 시각을 지켜보면서 ‘중화제국(中華帝國)’을 꿈꾸는 그들의 속내에 깊은 의구심 을 떨쳐버리기 힘들다. 동이(東夷).서융(西戎).남만(南蠻).북적(北狄)으로 이웃 민족 을 멸칭(蔑稱)하던 과거 자기네의 오만한 역사인식을 21세기 디지털시대에 부활시키려 는 저의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1950년대 이후 중국의 티베트.베트남 침공 등에서 이같은 조짐은 벌써 나타나고 있 다. 그만큼 21세기 ‘붉은 용’을 꿈꾸는 거대 중국의 발걸음이 예사롭지 않다. 80년대 후반이후 지속적인 고도성장을 바탕으로 막대한 군비증강에 나서고 있다. 역사든 영토 든 기업이든 닥치는대로 삼켜 넓히려는 중국의 탐욕과 자국중심의 역사관이 본격적으 로 시작되지 않았는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자연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중국은 각 분야에서 주변국가의 일이나 외국인 관련 자국내 사건이 터지면 악다 귀처럼 필요 이상으로 떠들고, 딴지를 걸고 있다. 현대 중국인들의 턱없는 오만함이 이제 도를 넘고 있다. 일부에서는 서구의 ‘황화론(黃禍論)’을 빗대 ‘중화론(中禍 論)’마저 걱정하고 있다.
중국의 ‘제멋대로 식’ 국제관계의 한 사례다. 지난해 대구 하계U대회 당시 모 구청의 한 고위간부는 어처구니없는 경험을 했다며 사석에서 밝혔다.
대회가 한창 진행 중이던 월드컵경기장 입구에 중국정부가 금기시하는 파룬궁(法輪 功) 플래카드가 걸린 것을 마침 U대회 참관차 대구에 온 주한 중국대사관 관계자가 목 격했단다. 중국대사관측은 ‘양국 외교문제시’를 운운하며 당장 떼낼 것을 우리 지자체 에 요구했다. 이 간부는 우리 외교통상부 등에 처리방안에 대해 질의하는 등 고심끝 에 “합법적으로 자치단체의 검인을 받은 시민의 플래카드를 일방적으로 철거할 수 없 고, 중국측의 요구는 부당하다”는 방침을 중국대사관에 전달했다. 이런 소동을 보면 서 중국측의 안하무인격 태도에 불쾌감이 드는 시민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동북아 3국의 역사공방을 지켜보는 다른 국가들의 시각은 어떨까. 서구 학자들도 역사 의 진실에 말을 아끼고 있다. 어느 쪽 손을 들어주기 어렵다는 방관자적 태도가 엿보 이고 있다. 더욱이 동북아 3국의 역사적 진실이야 어떻든 중국의 잠재력을 의식해 이 를 자기네 이익과 연관시키려는 실용주의적 태도가 다분하다. 단적인 예로 영국 프로 축구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고만고만한 실력의 어린 중국선수를 거액에 영입하는 등 10억 인구의 중국시장을 겨냥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만 봐도 국제사회의 중국 기상도를 읽을 수 있다.
결국 고구려사나 독도 문제는 국제사회의 여론도 필요하지만 우리 스스로 고구려사를 지켜내고, 독도를 지켜내는 수밖에 없다.
정부가 뒤늦게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대한 학계의 우려를 의식해 최근 ‘고구려연구 센터’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그나마 반가운 소식이다. 학계에서도 역사적 사실 에 대한 대응논리를 면밀하게 준비하고, 이를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알리는데 힘써 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 역사 하나도 못지키는 후손들을 향해 무덤속 광개토대왕 이 크게 꾸지람을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