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TD] 2000년대 들어 세계 곳곳에서 목격된 ‘노란 현수막 + 다리를 틀고 앉기’ 한 사람들. 그들은 무슨 사연으로 거리에서 명상을 하게 됐을까.
흰 티셔츠에 반바지 차림으로 보도블록에 방석을 깔고 앉은 남성(사진)은 그리스계 호주인 가브리엘 조르쥬(Gabriel Georgiou)다. 90년대 할리우드 셀럽 전문으로 이름을 날린 헤어스타일리스트다.
조르쥬는 어린 시절 일찌감치 헤어스타일리스트로 진로를 정하고 영국으로 건너가 세계적 권위의 ‘토니앤가이’ 헤어아카데미에서 수학했으며 귀국 후 호주 멜버른 직업전문대학(TAFE)에서 의상·뷰티케어를 전공했다.
이후 미국에 진출해 80년대 말부터 할리우드 셀럽들의 헤어스타일링을 책임지며 명성을 쌓았다. 케이트 블란쳇, 제시카 알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키아누 리브스 등이 그의 손길을 거쳤다.
부와 명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그는 엣지있게 살았다. LA에 아름다운 저택과 자가용 비행기까지 두고 런던, 아테네를 오가며 실력을 뽐냈고, 유명인사들이 모이는 핫한 파티를 누비며 향락을 맛봤다.
삶에 전환점을 맞은 것은 32세 때였다. 화려한 일상이 반복될수록 가슴 한 켠에서 허무함이 깊어졌다. 일과 생활에서 만족감을 느낄 수 없게 된 그의 마음에는 ‘사람은 왜 사나, 생명은 어디서 왔나’하는 물음이 커져갔다.
무분별한 생활에 몸도 망가졌다. 조르쥬는 “겨우 머리카락 손질을 마치고 나면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나머지를 처리했다. 며칠간 누워 지내며 생명이 떠나가고 있음을 느꼈다. 마음속에 ‘길을 잃었다’는 소리가 들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결국 그는 “다시 길을 찾아야겠다”고 결심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일을 그만두고 LA 저택을 정리한 뒤 미국을 떠나 호주 브리즈번의 가족 품으로 돌아갔다.
한동안 집에서 지내며 바깥출입을 삼갔다. 세상이 얄팍하게만 느껴졌다. 선량한 사람이 남아있는지도 궁금했다. 그래도 한 명쯤은 있겠거니 했는데, 그 하나가 호주에서 TV광고 촬영을 하다 알게 된 메이크업 아티스트였다.
업무상 동료였던 그녀는 평소 선량한 모습으로 그에게 좋은 인상을 주었고, 어느 날 조르쥬에게 명상 수련이 도움이 될 것 같다며 ‘파룬다파(Falun Dafa, 파룬궁)’를 권했다. 2003년의 일이었다.
조르쥬는 “진실(眞) 선량(善) 인내(忍)라는 가르침이 가슴에 와 닿았다. 돈을 받지 않는 점도 좋았다.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들은 돈 주고 배울 수 없기 마련이다”라고 그때를 기억했다.
돈을 받지 않다 보니 수련도 거리나 빈 강당 같은 곳에서 했다. 명상을 시작하고 2주째 조르쥬는 “내면의 부정적인 것들이 강렬하게 씻겨 내려가는 것을 느꼈다”며 이후 수련을 지속해 점차 웃음을 되찾았다.

다시 삶의 정상궤도로 돌아온 조르쥬는 현재 인도에서 제2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지난 2008년 우연히 뭄바이를 찾았다가 인도 영화산업계 발리우드의 활력에 매료돼 아예 작정하고 넘어왔다.
그는 “발리우드의 젊은 여배우들은 과감한 스타일에 도전하면서 할리우드 셀럽들처럼 꾸미기를 원했다”며 “그때에는 나 같은 외국 헤어스타일리스트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가 제시한 새로운 스타일에 발리우드는 열광했고 이제는 영화 ‘세 얼간이’의 여주인공인 인도 톱스타 카리나 카푸르, 영화 ‘신들의 전쟁’ 프리다 핀토 등 셀럽들이 고객이 됐다.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삶의 아름다움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조르쥬. 그는 오늘도 긍정 에너지를 담아 누군가의 머리카락을 매만지고 있다.
한동식 기자 NTD기사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