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원] 한국에서 처음으로 파룬궁 수련자에 대한 난민 지위 인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파룬궁 수련자 ‘난민인정불허처분취소청구’ 선고(재판장 전성수 부장판사)에서 재판부는 “피고(법무부 장관)가 2005. 5. 10. 원고들에 대하여 한 난민인정불허처분을 각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중국을 떠나 한국으로 입국한 총 32명의 원고(조선족 동포 24명, 한족 8명)들 중 S(57.남)씨와 D(38.여)씨가 승소 판결을 받았다. 이들은 피고(법무부장관)가 항소를 포기 할 경우 난민지위를 얻게 된다.

원고측 변론을 맡은 법부법인 시민의 김남준 변호사는 아시아에서 최초로 파룬궁 수련생이 난민지위를 인정받은 판결이라고 밝혔다.
원고측은 2004년 5월부터 법무부에 ‘난민 지위 인정신청’을 제출했으나 이듬해인 2005년 5월 10일 법무부로부터 ‘난민인정불허결정’ 통지를 받았다. 법무부가 밝힌 난민불허결정 사유는 “중국에 돌아가도 박해를 받을 만한 충분한 공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같은 달 19일, 원고들은 이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을 했으나 이듬 해 3월 10일 모두 기각 당했다.
아래는 김남준 변호사와 인터뷰한 내용이다.
기자 : 판결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김변호사 : 사실 결과에 만족 못한다. 나머지 원고들도 승소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중국에서 인권 탄압받은 정황을 수집하는 데 어려움이 커서 아쉬웠다. 이 2명을 시작으로 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난민 인정을 받게 될 것이다. 한국은 사법부가 독립된 삼권분립국가로 사법부가 나름대로 법적 판단을 잘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자 : 재판부가 승소 판결을 내린 데는 중국에서 파룬궁 탄압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을 인정한 셈인데.
김변호사 : 그렇다. 지금도 이 사람들이 본국으로 강제송환 될 경우 여전히 탄압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사법부가 인정한 것이다. 자료를 준비하고 원고를 만나는 과정에서 나도 확실히 그렇게 느꼈다.
기자 : 이번 소송과정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김변호사 : 국내 언론 보도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파룬궁 수련자들이 탄압받고 있다는 사실을 잘 몰랐다. 이번 기회에 잘 알게 되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일은 원고들이 재판과정에서 일일이 불려가 증언하고 재판부의 세세한 질문을 받으면서 느꼈던 소감이다. 그들은 이런 과정을 번거롭다 생각하기 보다는 중국과 달리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처리하는 것에 감명을 받은 듯 했다. 한국 사법부가 중국보다 발달되어 있다는 것을 느꼈다.
기자: 이번 판결이 앞으로 우리나라 행정부와 사법부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하는가.
김변호사 : 일단 파룬궁 수련자가 난민으로 인정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고, 행정부도 앞으로 파룬궁 수련자가 탄압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파룬궁 수련자 외) 다른 난민 사건에서도 객관적인 요건만 갖춘다면 법원이 행정부와 외부의 기준에 입각하지 않고 판정할 수 있는데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기자: 본지 주최로 뉴욕신운예술단을 초청해 내한공연을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중국대사관의 압력을 받은 공연장 측에서 취소통보를 해오는 등 외압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였다.
김변호사 : 나도 작년에 신운공연을 관람한 적이 있다. 그렇게 좋은 공연이 장소가 변경돼 조건이 열악한 무대에 올려진 게 안타까웠다. 원래 좋은 공연장소가 예정되어 있었는데 장소가 급하게 변경된 걸로 안다. 이번 판결이 부족하지만 올해 공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본다. 재판과정에서는 이례적으로 중국에서 탄압 받은 경험이 있는 미국과 일본의 파룬궁 수련자들이 증인으로 나섰다. 유엔고등난민판무관의 사실 조회서를 비롯해 캐나다에서 파룬궁 난민으로 인정된 원고의 지인이 증언자료를 보내오기도 했다.
한국파룬따파학회 권홍대 회장은 “1999년 이후 중국 공산당은 초법(超法)적 파룬궁 탄압 전담기구인 610사무실을 만들어 국가예산의 1/4을 투입해 탄압을 진행해 왔고, 최근에는 파룬궁 수련자의 장기를 적출해 매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와 대부분의 언론은 이에 침묵했다는 것이 권회장의 지적이다. 권회장은 행정법원의 이번 결정은 인권선진국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기각된 수련자들에 대해서는 이들이 중국에 돌아갈 경우 명백한 생명위협이 존재하는 만큼 고등법원에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 승소 판결을 받은 D씨는 “한국 사법부에 감사한다”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자신과 다른 한명을 제외한 30명의 수련생들은 중국으로 돌아가야 하고 그럴 경우 이들이 감당해야할 고통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S(조선족 동포)씨가 밝힌 승소 소감
한국 사법부가 공정한 판결을 내린 것 같아 심심한 감사를 드립니다. 중국 공산당 독재 정부는 인권을 무시했지만, 한국은 사실과 인권을 감안해 용기 있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여러모로 관심을 가져주고 도와준 한국인들에게도 역시 감사드립니다.
94년부터 파룬궁을 수련했고 중국 공산당이 탄압을 시작한 99년 7월 이후 두 차례에 걸쳐 불법 감금되었습니다. 풀려난 이후에도 끊임없는 감시와 협박에 시달렸고 2000년 한국으로 왔습니다. 2005년 첫째 녀석이 장가를 갔는데 몸이 한국에 있다 보니 중국에 가지도 못하고, 아내 혼자서 혼사를 다 준비했다고 합니다. 이런 아내가 고맙고 미안할 따름입니다. 어머니가 올해 90세가 되셨는데 동생이 모시고 살고 있습니다. 몸도 편치 않으신데 늘 제 이름을 입에 달고 사신다고 합니다. .
중국에서 2001년에 호적에서 제 이름을 삭제했습니다. 한국으로 온 이후에도 이렇다 할 신분이 없었습니다. 현재의 심정은 마음을 기댈 곳, 안식처가 생긴 기분입니다. 물론 법무부에서 항소를 하면 처음부터 다시 판결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한국 사법부의 선택에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D(한족)씨가 밝힌 승소 소감
우선 한국 법정에 감사드립니다. 파룬궁이 박해받고 있음을 인정하고, 우리가 박해받고 있음을 인정했습니다.
우리가 여기서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도록 허가해 줬습니다. 하지만 오늘 심정이 아주 복잡합니다.
32명이 원고로 참여했지만 두 명만 승소했고, 나머지 수련생들은 중국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중국에서 파룬궁을 수련하기만 해도 박해를 당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그들이 중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박해받을 위험이 있습니다. 한국의 사법부가 중공의 파룬궁 탄압을 더욱 심도 있게 파악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정진 기자